법원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판결
‘한의협, 식약처 상대 고시무효소송’ 선고…배타적 사용-처방권은 인정 안 해
2014년 01월 09일 (목) 김춘호 기자[what@mjmedi.com]
천연물신약 고시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제2행정부 법관 윤인성, 윤정인, 이승훈)은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청에서 열린 천연물신약 고시무효소송 선고에서 “이 사건 고시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사 2인이 제기한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에서 원고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2년 5월 22일 개정 고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별표 1]의 ‘한약(생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제2항 제1호 (다)목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주문에서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로 한의사는 기존의 질병 또는 새롭게 나타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존재한 처방을 응용-발전하여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져 한의사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보거나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합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아니함에도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외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고시를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고시에 규정된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확인대상에 존재하는 위법사유는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는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인 “기원생약은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추출물 등)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를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제”에 포함하고, 다시 생약제제를 한정함으로써 한의사의 처방 및 사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나아가 천연물신약의 범위에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정의한 생약제제를 포함하면서도 한약제제를 제외함으로써 한의사가 기원생약을 기초로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처방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한의사는 이 사건 확인대상을 중심으로 한 이 사건 고시 때문에 위와 같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결과는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으로서 결국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제한되고, 나아가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이 사건 고시가 천연물신약 범위에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 등을 규정한 것은 천연물로부터 추출한 복합제제를 이용하여 개발한 신약을 천연물신약으로 인정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여 천연물신약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이러한 주장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우리와 달리 한의학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외국과의 무차별적이고도 평면적인 단순 비교에 터 잡아 상위 법령의 위임도 없는 상황에서 정당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익형량을 생략한 채 피고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은 이 사건 고시로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을 처방-사용할 수 없게 되어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제한된다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을 배타적으로 사용-처방할 수 있는 권리’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당연히 포함됨을 전제로 그러한 한의사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며 우리 약사법, 의료법 등 의료 관계 법령이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을 의사 또는 한의사 일방이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없음을 들어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특허권 등 한의사 권리 침해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대로 강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원고들 주장처럼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이 사건 의약품을 배타적으로 사용-처방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사는 종래의 탕약 처방에 얽매여 개량된 효능과 안전성을 갖추고 복용하기 편한 신약 개발을 게을리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한의계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될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 과정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되더라도 피고가 신속하게 대체입법을 마련함으로써 제조-수입한 의약품 및 천연물신약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입법의 부재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고시의 위법 부분을 제거할 경우 오히려 천연물신약의 외연이 넓어지고, 한의사가 천연물신약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원고 대한한의사협회는 직접 한방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약품을 개발하여 품목허가를 받을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수 없어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한의협의 원고 자격은 인정하지 않고 소를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승소만 판결했다.
2012년 한의협이 식약처(당시 식약청)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그동안 6차례의 변론이 오갔으며 이날 판결로 일단락 됐다. 재판이 끝나고 한의협 김태호 홍보이사는 “한약제제가 기형적으로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다보니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쳤던 것도 사실이고 수출 등도 잘 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약 산업이나 정책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식약처에서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돼 항소심에서도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의학신문 김춘호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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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가 천연물신약으로 둔갑 되는 길 막혔다 - [한의신문]
한약제제가 천연물신약으로 둔갑 되는 길 막혔다
사법부가 천연물신약 고시무효확인 소송에서 한의계의 손을 들어줬다.
9일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고시로 인해 한의사는 기존의 질병 또는 새롭게 나타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존재한 처방을 응용, 발전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 할 수 없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고 생약제제 개념이나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합리적인 근거 없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외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고시를 규정함에 따라 이 고시에서 규정된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확인대상에 존재하는 위법사유는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해 무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먼저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인 ‘기원생약은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추출물 등)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를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제’에 포함하고 다시 생약제제를 한정함으로써 한의사의 처방 및 사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나아가 천연물신약의 범위에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정의한 생약제제를 포함하면서도 한약제제를 제외함으로서 한의사가 기원생약을 기초로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처방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돼 이러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된 것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으로 결국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제한되고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법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면허 범위를 구분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고시의 위임 근거에 해당하는 약사법,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서 이 사건 고시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찾을 수도 없으며 이러한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념을 전제로 할 경우 이 사건 확인대상은 결국 한의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면서도 약사법을 비롯한 상위 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어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고시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기원생약에 대해 추출용매, 추출용매의 농도, 추출방법, 지표성분 및 성상 등 규격을 달리해 새로운 의약품을 제조하는 방법이 한방원리 또는 서양의학 중 어느 하나의 고유한 방법론에서 기원하는 것이라고 볼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이 생약제제, 한약제제 중 어느 하나의 범주에 배타적으로 포함된다거나 당위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법, 약사법 등 의료관계 법령은 한약과 생약을 사실상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고시 제2조 제2호는 한약과 생약 중 생약만을 분리한 다음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는데 이는 한약과 생약의 성질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생약제제라는 개념을 정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포함해 정당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익형량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 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 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에 해당하는 이상, 한약제제 역시 천연물신약에 포함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고시는 상위 법령과 달리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아무런 특별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한약제제를 제외하고 있으며 이 사건 고시는 종전에는 한약제제도 천연물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후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했는데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아무런 연혁적 이유나 천연물신약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한약제제를 제외할 특별한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이에 대해 상대방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이고도 정책적인 이유도 제시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식약처가 천연물로부터 추출한 복합제제를 이용해 개발한 신약을 천연물신약으로 인정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해 천연물신약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 사건 고시에서 천연물신약 범위에 이 사건 확인대상 의약품 등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한의학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외국과 무차별적이고도 평면적인 단순 비교로 상위 법령의 위임도 없는 상황에서 정당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익형량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로 한의사는 기존의 질병 또는 새롭게 나타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존재한 처방을 응용.발전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져 한의사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고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보거나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한의사의면허 범위를 제외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고시를 규정한 점에 비춰 이 사건 고시에 규정된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확인대상에 존재하는 위법사유는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와함께 재판부는 식약처가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될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 과정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되더라도 피고가 신속하게 대체입법을 마련함으로써(현재 이 사건 고시의 개정작업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음) 제조.수입한 의약품 및 천연물신약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입법의 부재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천연물신약의 외연이 넓어지고 한의사가 천연물신약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홍보이사는 “한약제제가 천연물신약으로 둔갑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이번 판결은 일본, 중국 등 커지고 있는 한약제제 시장에서 한국 한의계가 우수한 한약제제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국가적인 경쟁력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